​명절이면 고스톱사이트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과 함께 바둑돌을 판돈 삼아 필자는 고스톱을 즐기곤 했다. 기억하기론 승부는 거의 5:5 비율이었다. 내가 절반을 이기면 아들도 비슷하게 나를 이긴다. 내가 중학생 아들에게 양보한 것도 아니다. 매번 나는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중년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어른과 아직 미성숙한 중학생 아이와의 머리싸움, 그럼에도 이 둘 간의 승부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다. 아빠와의 고스톱 한 판 승부에서 패배에 관한 회한을 담은 중학생 아들의 일기. ​내가 못 치는 것도, 중학생 아들이 잘 치는 것도 아니다. 고스톱을 잘 친다는 건 운일까 실력일까. 정답은 아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스톱에서 고스톱사이트 이기는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운칠기삼이란 단어대로 운과 확률에 의지하면 된다. 판에 깔린 패 중 어느 것을 먼저 먹을 것인가는 분명 본인의 선택이다. 확률이나 직감에 근거하여 판에 깔린 패 중 어떤 것을 먼저 취할 것인가 우선순위를 정한다. 나머지는 뒷패가 알아서 한다. 먼저 먹는 패를 정하는 순서가 운칠기삼의 기술 30%이고 뒷패가 어떻게 붙어주는가가 운의 영역 70%다. ​이러하니 유독 고스톱에서는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 많이 작용한다. 멋모르고 치는 초심자도 가끔 고스톱 고수들을 이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운이 좋아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뒷패가 잘 붙어서다. 오광(五光)을 다 들고 있어도 피 껍데기만 들고 치는 상대에게 질 수 있는 게 고스톱사이트 바로 고스톱이다. 운과 고스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들이 우리 인생살이와 닮은 점이 참 많아서다. 운칠기삼 말고도 우리 인생살이와 맞닿아 있는 고스톱 용어들을 한번 나열해 본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퍼 온 글에 필자가 약간 살을 입혔다. □ 고(go) : 인생은 결국 중요한 순간이 임박하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고스톱에서 ‘고(go)’는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승부라는 것을 가르친다.​□ 스톱(stop) : ‘스톱’은 인생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때와 자제해야 할 때를 가르친다. 스톱은 또한 신중한 판단력과 미래의 불안을 제거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경솔한 판단은 인생에서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 광박 : 위험한 고스톱사이트 순간에 최소한 광(光)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더 큰 화를 모면할 수 있다. 광박은 위험 보장으로써 보험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낙장불입(落張不入) : 낙장불입은 우리 인생에서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화를 초래하는지 일깨워준다. 작은 일을 귀하게 여겨야 함을 고스톱은 우리 인생을 빌어 가르치고 있다. □ 독박 : 인생은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다. 혼자만의 아집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이 민폐를 끼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자신의 아집으로 인한 나쁜 결과는 결국 본인 스스로 져야 할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비풍초똥팔삼 : 삶에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 우선순위가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모든 것을 고스톱사이트 가질 수 없기에 고스톱은 우리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포기하고 취해야 할 것에 관한 순서를 잘 정해주고 있다.​□ 쇼당 : 고스톱의 진수인 쇼당. 인생에서 양자택일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을 때, 현명한 판단력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지적해 준다. □ 피박 : 인생에서 사소해 보이는 것도 때에 따라서 중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찮은 것이라도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은 없다는 점을 부각해 준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고스톱을 치면 희한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상대와 서로 실력이 고만고만하면 최종 승부는 금세 갈리지 않는다. 엉덩이에 쥐가 날 정도로 고스톱을 쳤지만, 돈 딴 사람, 돈 잃은 사람이 명확하지 않다. 판에 고스톱사이트 낀 사람 모두 적당히 따고 또 적당히 잃는다. 웬만해선 그날의 뚜렷한 승자는 없다. 고스톱 판의 판세가 한 사람의 우월한 기술이나 실력 차이가 아닌 운에 의해 돌고 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판에 남아서 계속 고스톱을 친다는 전제가 있다는 조건 아래에서 말이다. 주사위를 열 번 혹은 스무 번만 던지면 나오는 각 숫자의 빈도수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수백 수천 번을 던지면 1에서 6까지 나오는 수의 확률은 거의 비슷해진다. 고스톱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판돈을 좀 잃었다고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면 거기서 끝이다. 치다 보면 오광을 손에 들고 칠 때도 있고, 반대로 피 껍데기만 쥐고 치는 경우도 있다. 판이 고스톱사이트 돌고 돌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맞는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할 수 없듯이 우리 삶도 그와 같다. 결과는 문지방을 나서고 신발을 신는 순간에 가려진다. 순간순간 희로애락이야 있겠지만, 길게 보면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자리에 남아 견디다 보면 몇 번의 좋은 운으로 잃은 판돈을 금세 만회하기도 한다. 운 총량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고스톱 말고 실제 삶에서 내가 쥔 패를 한번 살펴보자.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있듯이 우리 대부분은 가진 패가 영 마뜩잖다. 내가 가진 패에 실망하여 세상을 탓하며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뒷패가 잘 맞아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고스톱사이트 본인이 가진 패와 무관하게 긴 삶에서 성패를 나누는 건 누가 오랫동안 자리에 남아 버티느냐다. 한때의 성공에 자만하여 무리하게 판을 키우다가 망하는 사람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젊어서 고생한 사람이 불굴의 노력으로 중년이나 노후에 인생 주름이 펴지는 경우도 많다. 돈은 돌고 도는데, 우리가 맞이하는 운도 그렇다. 운(運)이라는 한자 안에 차(車) 자가 들어있다. 운은 바퀴 달린 자동차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고스톱 판에서 돈을 따고 잃는 것처럼,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 우선은 길게 판에 남아 매사 최선을 다해야 훗날을 도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뒷패가 제대로 붙을 때까지 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