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밝은성모안과 아침결 햇살이 눈부시다. 짙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선들바람이 솔솔 불어와 가을이 바투 다가왔음을 알린다. 아직 햇볕이 따갑긴 해도 가을이 어깨를 밀치고 우쭐대니 여름은 시르죽은 강아지같이 꽁지를 부산밝은성모안과 뺄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부산 성모 안과 병원에 정기 검진 받으러 가는 아침, 경성대부경대역으로 가는 버스는 만원이다. 뒷문으로 겨우 올라타 세 정류소까지 버텨야 하는 고행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출근길 부산밝은성모안과 직장인과 학생들 틈바구니에 끼여 가는 짧은 길이건만, 가야 하는 목적지가 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면 자유요 행복이라 믿었던 어리석은 나날들, 그러나 결코 돌이킬 수 없으니 애잔하다. 부산밝은성모안과 점점 퇴화해 가는 내 두 눈동자처럼.​​ 안과엔 늘 환자들로 붐빈다. 주로 노인들이다. 수술을 받거나 수술 뒤 검진과 치료를 받는 이들이다. 나는 2년 전에 오른눈 수술을 받고 수시로 검진을 부산밝은성모안과 받다가 이번엔 1년 만이다. 접수를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뒤 윤 병원장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꽤나 더디게 흐른다. 안구 검사용 점안액이 슬슬 해찰을 부릴 즈음 간호사가 나를 부산밝은성모안과 호명한다. 윤 병원장은 컴퓨터로 검진 기록을 살피고 안구 검사기를 들여다본 뒤 지난번 수술한 자리는 아주 잘되었다는 간단한 결과만 알려 주는 것으로 진료를 끝낸다. 1년 뒤 검진 예약을 해 부산밝은성모안과 두고 병원을 나선다.​ 이제부터는 성한 오른눈이 제 구실을 못해 다소 혼란스러운 시간이다. 밝은 해 아래서 걷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좌우 대칭이 무너지고 시야가 흐려지니 꽤나 불편하다. 서너 시간쯤 부산밝은성모안과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그동안은 어리벙벙하고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밝은 햇빛 속으로 터덜터덜 걸으며,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낀다.​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로 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