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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설쓰기 팀장의 화풀이를 받아냈다. 나는 매번 왜 이 인간의 갑질을 감당해야 하는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화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유를 물었다. 팀장은 너는 나를 두 번 연속 물 먹였다고 씩씩거렸다.―무슨…… 물을…….도무지 영문을 모를 일. 팀장은 퇴사 이야기를 왜 자신에게 먼저 하지 않고 대표에게 메일링했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 대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일하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퇴사와 관련된 권한은 대표에게 있지 않냐고 답했다.―건방진 새끼, 너 T니?팀장이 악을 썼다. 그때까지도 왜 팀장이 왜 건방지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는데 좀 더 대화를 나누니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팀장은 한껏 차분해진 음성으로 직장에는 엄연히 직급이라는 게 있고 각각의 계급에 충실할 때 한국 사회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냐고 훈계했다. 쉽게 말하면, 퇴사 이야기를 대표에게 먼저 하면 본인의 관리자로서 조직 장악력을 의심하지 않겠냐고, 연출자 추천 이슈만큼이나 자신을 욕보이는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인간적인 분이라 그리 밉진 않았는데, 직급 계급 운운하는 소리에 속마음을 들은 것 같아서 대표가 나를 택해도 앞으로 같이 일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붙잡으면 어떻게 거절할지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때 팀장이 말했다.―대표님이 전해 달래. 넌 해고야!팀장이 덧붙였다.―잘 살아라. 다신 마주치지 말자.―네?―실력도 없는 새끼가 콧대만 존나 높아서.팀장은 킬킬거리더니 전화를 끊었다. 뭐지, 이 새끼는……. 어이가 없어서 소설쓰기 멍하게 있었는데, 잠시 뒤 인사팀에서 전화가 와서 퇴사 안내를 했고 특히 내가 재직 중에 썼던 IP는 모두 회사 소유라는 걸 유념하라고, 퇴사 후 IP 문제로 알게 모르게 소송 분쟁이 많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 그제서야 나일선을 소개해 준다는 이야기를 미처 나누지 못했던 게 떠올랐는데, 이런 회사라면 얘기도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이 풀리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 꿈을 키웠던 동아리방 앞에 앉아서 팀장에게 해고 통보 전화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20년 전 나는 이 시퀀스 하나 때문에 영화동아리에 들어갔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그래도 꿈꿨던 분야와 비슷한 업계에 있긴 하네…… 열심히 살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켜고 수신자를 팀장으로 지정한 뒤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실력도 벨도 없는 새끼, 잘 살아라…… 우리가 다시 마주치면 내가 너와 대표를 죽인 다음에 대가리를 잘라서 바꿔 달고……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보내지 않았다. 그때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웃고 떠들면서 동아리방에 들어갔다. 나는 한번 들어가 볼까, 예전에 썼던 방명록이 궁금하긴 한데…… 후배들한테 커피도 한잔 사 주고……. 그런데 뭔가 사람을 대할 자신이 없었다. 기분도 별로였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 아침에 일어났더니 작업실 임대인에게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연장할지 말지 정해야 할 타이밍. 고민하다가 답이 안 나와서 소설쓰기 미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동은 신이 나 있었다. 오늘만 학교에 나가면 생애 첫 방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생애 첫 방학을 맞는 초딩의 부모가 됐다. 그들이 몰려온다. 방학 때만 되면 인터넷 곳곳에서 보였던 짤들이 이해되는 순간. 주동의 손을 잡고 등교하면서 물었다.―주동아, 방학이 그렇게 좋아? 학교에 가서 서너 시간 친구들하고 놀다 오면 좋지 않아? 어차피 매일 노는데, 네가 방학이 뭐가 필요해?―나는 집에서 아빠랑 있는 게 더 좋아.주동이 답했다.―학교 끝나고 같이 있으면 되잖아.내가 말했다.―아빠, 다 한순간이다.―뭐가?―내가 아빠랑 있고 싶어 하는 거.주동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말문이 막혔다. 그런 내게 바이바이를 한 뒤 학교로 향하는 어린이 무리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주동이. 학교라는 세상이 주동에게 그리 가혹하지 않길 바라면서 발걸음을 돌리는…… 그러나 막상 여름방학을 맞아 품에 끼고 있자니 이 세상이 나에게는 유독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아빠. 로그라인 : 여름방학을 맞아 어느 캠핑장에 초대를 받은 아빠와 딸, 그들 앞에 살아남기 위한 본격 육아 서바이벌이 펼쳐지는데……. 작업실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드라마가 당기지 않아서 유튜브를 켰는데 한일가정 채널이 알고리즘으로 떴다. 별생각 없이 눌러 봤더니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주인공인 채널이었다. 보다 보니 남편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제대 후 단편영화를 찍을 때 캐스팅했던,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지인의 지인. 그때 우리가 말을 놓았던가 존대를 했던가. 소설쓰기 반가움 마음에 그 채널을 연달아 보다가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있길래 DM으로 안부 인사를 전했다. 문득 나는 타인과 가깝게 지내는 일에 서툴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 나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이는 걸 본능적으로 방어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그런데 어떡해…… 이 상태로 이미 많이 살았는데……. 그때 남 주무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르지 않고 훑어보니 어떤 연예인 MBTI 분석. 나는 메시지를 안읽씹하고 다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작업실에 도착했다. 여름 방학 동안 주동을 보느라 작업실 오기 쉽지 않을 터였다. 주문했던17차 박스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분리수거를 한 뒤 청소기를 돌렸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세탁기에 쌓여 있던 수건을 삶았다. 에어컨을 켠 뒤 자리에 앉으니까 땀이 식었다. 쾌적하고 고요하고…… 혼자만 있는 공간. 디스 이즈 헤븐……. 화이트보드는 여전히 깨끗했다. 침입자는 아직도 성남 본가에 있는 건가. 조만간 확인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 안 보이니까 궁금하긴 하네. 작업실 연장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나를 계속 따라오는 건가. 아니면 여기에 머무르며 다른 세입자를 조롱하는 건가. 설마. 성남까지 따라왔는데, 계속 따라오겠지? 이 정도면 깨끗하지?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쓴 뒤 노트북을 켰다. 효창공원은 안읽씹이다.그랜드하얏트서울은 17차다. 묘사 연습을 한 뒤 메일을 열었다. 문예지 하나, 앤솔로지 하나, 단편소설 청탁이 두 건 있었다. 전부 다 그리 끌리진 않았다. 이제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하기로 했잖아. 거절을 하려고 소설쓰기 했지만, 이내 줄어든 수입 걱정이 됐다. 진진이 괜찮다고 하긴 했는데…… 마감 일자를 따져 본 뒤 수락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 뒤엔 나일선과 길버트에게 미팅 일정 조율 메일을 보냈다. 메일 보내는 건 항상 고민되고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돈을 많이 번다면 메일을 보내는 보조작가를 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민방위 교육을 틀어 놓은 뒤 「반품 알바」를 쓰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동영상 교육이 끝났다. 오지선다형 평가가 이어졌다. 90점. 교육을 하나도 듣지 않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생각했다. 혹시 나 천재인가? 허기져서 배민으로 훈제 오리 샐러드와 자몽 콤부차를 주문했다. 작업을 하다가 배달 온 샐러드와 콤부차를 먹고 디저트가 당겨서 요아정을 먹어 볼까 하고 어플을 켰다. 기본 요거트 아이스크림 150g에 이것저것 토핑을 추가하니까 2만 원이 넘었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 * 주동의 여름방학 첫날. 6시에 눈이 떠졌다. 주동이 일어날 때까지 작업량을 채우기 시작했다. 비상 상황. 틈틈이 작업을 해서 작업량을 채워야 한다. 다만 집중력은 올라가서 퀄리티에 있어서는 평소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잠시 후 진진이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고, 7시 반쯤 집을 나섰다. 주동은 8시쯤 일어났다. 고구마 말랭이를 아침으로 줬더니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속담』을 읽으며 냠냠 먹는 주동 어린이. 요즘 주동은 30분 정도 독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작업을 더 소설쓰기 했다. 어느 순간 주동이 말했다. 흐느적흐느적 내게 걸어오면서.―아빠 심심해.―주동아 심심해.나도 말했다. 주동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방법이다.―나 삐진다.주동이 말했다.―나 삐진다.나도 말했다. 주동은 치…… 이러더니 슬라임을 갖고 놀자고 했다. 나는 노트북을 끄고 주동과 슬라임을 뭉쳐 커다랗게 만들었다. 슬라임을 길게 늘어뜨려 바닥에 치대고 버블을 만드는 바풍 놀이를 했다. 어느 정도 지나니까 나는 질렸는데 흘긋 보니 주동은 지금부터 시작인 느낌이라 등골이 오싹했다. 주동은 슬라임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으어어어어어…… 라고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히히히히 웃었다. 무한 반복.―주동아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내가 물었다. 그러자 주동이 나한테도 해 보라고 했다. 나도 슬라임을 축 늘어뜨려서 으어어어어어어어 라고 부르짖었다. 주동이가 했을 땐 꽤 귀여웠는데 내가 하니까 좀비 같네. 로그라인 : 딸과 함께 슬라임을 갖고 놀다가 좀비가 된 아빠의 일상 주동은 내게 계속 해 보라고 했고, 나는 계속 으어어어어어어…… 주동이 우히히히히 배를 잡고 웃었다. 그래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주동이 웃으니까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봐 봐, 재미있다고 했잖아.주동이 말했다. 그리고 나한테 말다툼 놀이를 하자고 했다.―무슨 놀이?―말다툼 놀이.―그게 뭔데?―말다툼을 하는 놀이.주동이 이걸 모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봤다. 정신이 멍했다.―그럼 나 먼저 한다.주동이 해맑게 웃었다. 와, 슬라임에 말다툼 놀이까지 하니까 10시. 진짜 아직 10시. 아직 오전이라니. 몸살 걸린 것처럼 온몸이 아픈데…… 진진이 올 때까지 무려 소설쓰기 9시간이 남았다. 앞으로 남은 방학을 계산했다. 개학이 8월 중순이니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왜 초등학생 부모들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산책이라도 하고 싶었고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 한잔하고 싶었지만 나는 묶인 몸이다. 육아는 그런 것이다. 항상 곁에 있어야 해서 고달픈 것. 문득 외부에서 미팅 같은 걸 하다가 일이 있는 진진과 배턴 터치를 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던 날들이 떠오른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시간을 지키기 위해 흘리는 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갑자기 집이라는 공간이 숨 막히게 답답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동이 요구르트를 먹는 동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서치했다. 어린이박물관이 나왔다. 괜찮은데? 시원하면서도 교육적이기도 하고.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국회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주동에게 보여 주며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다. 주동은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을 골랐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예약할 수 있었다.―어? 맞다. 여기 아빠 작업실 근천데…….내가 말했다. 주동이 어깨를 으쓱했다.―작업실에서 보인다니까.내가 덧붙였다.―근데?주동이 되물었다. 나는 카시트에 주동을 태우고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주동이 보는 풍경과 내가 보는 풍경의 차이, 학교생활, 친구 관계, 꿈과 미래……. 주동과 했던 대화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비밀로 간직해야지. 주동과 전쟁기념관을 둘러본 뒤 뭘 먹고 싶냐고 하니까 탕수육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쟁기념관 바로 앞에 있는 명화원에서 갈까 소설쓰기 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갈 분위기가 아니라 급하게 검색해서 한남동자리로 향했다. 탕수육과 새우볶음밥을 주문했다. 짜장면이 메뉴에 없어서 아쉬웠다. 탕수육이 홈런볼 사이즈로 동그란 게 인상적이었다. 탕수육은 고기 반 찹쌀 반이어서 고기 떡을 먹는 느낌. 탕수육은 고덕동 린칭보다 별로였고, 새우볶음밥은 고덕동 쌀국숫집보다 별로였는데, 둘 다 양은 절반이었다. 놀랍게도 이건 내가 아니라 주동의 평이었고, 내 마음과 정확히 일치했다……. 날이 더워서 근처에 있는 고메이494로 대피해서 거닐다가 블루보틀로 들어갔다. 나는 아이스 라떼를, 주동은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스 라떼가 연해서 지브랄타라는 플랫화이트 메뉴를 시킬걸 후회가 됐다. 주동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먹었는데 와우…… 진하고 진득하고 고소하고 신선하고……. 주동도 맛있었는지 더 이상 주지 않았다. 다음에 오면 나도 아이스크림 시켜야지. 집에 도착했다. 주동이 책을 읽는 동안 에세이를 썼다. 어느새 옆에 와서 뭐 하냐고 물으며 참견을 하는 주동이. 어떤 글을 쓰는지 한참 설명했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여서 첫 여름 방학을 맞이한 딸을 둔 아빠로서 일기를 쓰고 있다고 둘러대니까 본인도 일기 쓰는 거 좋아한다며 같이 쓰자고 한다.―잘됐네. 공책 가져다줄게.내가 말했다.―싫어. 나도 노트북으로 쓸래.―응? 엄마 노트북 갖다줄까? 그런데 너 타이핑할 수 있어?―아니.―그럼…….―아빠가 있잖아.―뭐가?―내가 불러 줄 테니까 받아쓰라고.주동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자유를 억압당했을 때 창작력이 샘솟는다.―17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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